강릉 바우길의 첫 길목이 선자령 풍차길이다. 바우길은 백두대간 줄기인 대관령에서 경포대와 정돈진을 이으며 줄기처럼 뻗어나가는 길을 말한다. 강원도 사람들을 친근하게 부를 때 쓰는 '감자바우'에서 유래된 명칭이다. 산길과 숲길, 마을길, 해안길 등이 다채롭게 펼쳐지는 10여 개 코스의 바우길 중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정상이 1,157m에 이르는 높은 산이지만 출발점의 고도가 850m로 정상을 향해 오르는 길이 대부분 평탄하고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도 걷기에 무리가 없다. 선자령길은 사람의 통행이 끊겨 잡목만 무성했던 옛길을 찾아 이은 길이기에 순수한 자연의 멋을 느낄 수 있다.

정상에서 보는 이국적 풍경은 단연 일품이다. 대관령 일대 서쪽은 구릉이 펼쳐지는 반면 동쪽에서는 급경사로 치닫다 바다를 만난다. 지형적 특성으로 인해 겨울이면 폭설이 내리고 수시로 몰아치는 바람은 대관령 일대의 능선을 이국적인 초원 제대로 만들었다. 이런 특징을 가장 잘 보여 주는 봉우리가 선자령이다.

선자령으로 가는 왼쪽 길로 접어들면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기어가는 듯한 좁고 길쭉한 오솔길이 숲의 품을 파고들도록 인도한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숲은 점점 깊어지고 무성한 숲길은 더욱더 포근해진다. 그 길을 따라 거꾸로 선 듯한 모양새의 소나무를 지나면서부터는 발밑으로 계곡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그렇게 걷다 보면 계곡물 건너 안쪽에 마련된 샘터에서 목을 축이면 된다.

자작나무 숲에서 참나무로 바뀐 숲을 벗어나면 이내 하늘이 열리면서 핑핑 돌아가는 풍력 발전가 보인다. 선자령을 코앞에 둔 평지에 들어설 때면 백두대간 등줄기를 타고 길게 이어진, 국내 최대의 풍력발전단지 모습이 멋진 모습으로 눈앞에 펼쳐진다. 이곳에서 300m가량 더 올라가면 선자령 정상이다.

선자령 너머 초원을 가르는 좁은 길과 숲길을 내려오면 갈림길이 나오는데 어느 곳으로 내려가도 다시 합류하게 되지만, 왼쪽으로 가야 강릉 시내와 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새봉 전망대를 가게 된다. 신라의 고승 범일국사를 모신 곳으로, 과거 대관령을 넘나들던 사람들이 평화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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