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무더운 여름이면 매스컴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곳이 해운대다. 여름마다 유명세를 치르는 해수욕장 끝자락에 조용히 숨어 있다 불현듯 부산의 또 다른 명소로 거듭난 곳이 바로 미포 철길이다. 미포 철길은 부산에서 경주를 잇는 동해남부선의 한 구간이다. 철길이 놓인 건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중반으로 당시 일본인들이 우리 땅에서 거둬들인 해산물과 농산물, 각종 자원들을 손쉽게 반출하기 위함이었다. 그런 철로는 부산과 인근 주민들의 다양한 추억이 담긴 길이기도 했다. 수십 년 전 학생들에게는 요긴한 통학로였고 보따리를 이고 오일장을 찾아다니던 아낙네들에게는 생계를 위한 길이었는가 하면 해운대에서 첫날밤을 보낸 신혼부부에게는 경주로 떠나는 신혼여행길이 되어 주었다. 해운대 미포에서 송정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전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기찻길로도 유명하다.


바닷가에 바짝 붙은 철길 위로 기차가 지날 때마다 탁 트인 바다와 어우러진 기차 모습은 그대로 한 폭의 그림이다. 80년
동안 숱한 사연을 실어 나르며 독특한 풍광을 안겨 주던 기차를 볼 수 없는 아쉬움을 대신해 지금은 이 철길을 사람들이
걷는다. 침목과 침목 사이의 보폭도 어정쩡하고 때로는 철로를 메운 자잘한 돌들이 발길에 채이기도 하니 걷는 게 그리
편한 것도 아니건만 주말이면 사람들의 행렬이 기차만큼 긴 줄을 이루고 평일에도 심심찮게 오간다.
미포는 소박하기 그지없는 어촌 마을이다. 코앞에 보이는 옆동네는 화려한 고층 아파트들이 즐비하건만 이곳은 수십 년
전 모습 그대로다. 철길 위 달맞이고개에서 내려다보는 바다가 가려지지 않도록 개발을 제한했기 때문이다. 소박한 어촌 풍경은 그대로 영화 세트장이 되어 각종 영화에 등장했던 곳이다.



미포에서 이곳까지 걷다 보면 철길 곳곳에 플래카드가 가득하다. 한국철도시설공단과 부산시가 이곳에 레일바이크를 들이고 상업화하려는 방침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들이다. 바다를 벗 삼아 걷기 좋은 이 아름다운 철길을 있는 그대로 보존하려는 시민들과 돈벌이 수단으로 활용하려는 측의 목소리는 기차 레일처럼 평행선을 이루며 몇 년째 팽팽히 맞서고 있는 중이다. 앞으로 이곳이 어떤 모습으로 남을지 알 수 없기에 사람들은 철길을 찾아 걷고 또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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